"원장님, 맥만 짚어도 다 아세요?" 진료실에서 실제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. 전화로 맥을 잘 보시는지 물어 오는 분도 있습니다. 드라마 속 명의처럼 손목만 잡고 병을 맞히는 장면을 떠올리시는 거지요. 실제 진료실에서 아이의 맥을 어떻게 보는지 정리했습니다.
맥박과 한의학의 맥은 다릅니다
심장이 뛸 때마다 혈액이 동맥으로 밀려 나가면서 혈관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맥박입니다. 보통 손목에서 1분 동안 몇 번 뛰는지를 셉니다. 아이는 맥박이 빨라서 어른보다 1분에 뛰는 횟수가 훨씬 많습니다. 한의학에서 보는 맥은 횟수뿐 아니라 맥이 잡히는 깊이, 굵기, 빠르기, 어느 부위가 강하게 뛰는지까지 함께 느낍니다. 이 차이로 어느 장부가 불편한지, 기혈이 잘 통하는지를 가늠합니다.
아이 맥은 이렇게 짚습니다
어른은 손목 안쪽 엄지 쪽에서 촌(寸), 관(關), 척(尺) 세 자리에 손가락 세 개를 올려 맥을 봅니다. 아이는 이 자리가 좁아서 손가락 하나나 둘로 짚습니다. 돌 전 아기는 맥으로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 검지손가락 안쪽에 비치는 푸른 혈관을 보기도 합니다. 돌이 지나면 여기에 진맥을 더해 판단합니다.
네 가지 기본 맥
- 부맥(浮): 살짝 눌러도 바로 잡히고 피부 가까이 떠 있는 맥
- 침맥(沈): 깊이 눌러야 만져지는 맥
- 지맥(遲): 느리게 뛰는 맥
- 삭맥(數): 빠르게 뛰는 맥
이 네 가지는 단순하지만 아이 몸 상태를 가늠하는 기본 틀이 됩니다. 여기에 다른 진찰 결과를 더해 '소화기가 약하네요', '체했네요', '감기 기운이 있어요' 같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.
맥보다 중요한 건 보호자의 이야기
실제로는 진맥 하나만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.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, 대변 모양은 어떤지, 피부색과 피부 상태, 잠과 식사 습관까지 두루 살핍니다. 아이에 대해서는 매일 곁에서 보는 보호자가 가장 잘 압니다. 보호자가 전해 주는 이야기가 진찰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.



